고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ski slope HL) vs 저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low frequency HL)


얼마전 이슈가 됐던 Yanny or Laurel 에 대한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아직 접하지 못하신 분들은 링크(Yanny or Laurel)를 통해 본인은 Yanny 파(?)인지 Laurel 파인지 확인해보시길. Yanny or Laurel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하면 이 번에 설명드릴 내용이 Yanny or Laurel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Yanny or Laurel 이야기의 원본 레코딩 음원은 Laurel 이었지만 레코딩 과정에서 고주파수 영역의 음향 패턴이 곂쳐지면서 결국 애매모호하게 들리게 됐는데요. 이처럼 우리의 언어는 음향학적으로 주파수(frequency)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파수(frequency)란 주기파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한 단위의 패턴이 일정한 시간 내에 얼마나 반복되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단위는 hertz(Hz) 또는 초당주기수(cps, cycle per second)를 쓰는데요. 즉, 성대의 진동이 1초에 100회 행해지면 100Hz를 가진 소리가 되는 것이며 사람의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 Fo)¹ 는 남성의 경우 100~150Hz, 여성의 경우 200~250Hz 를 보입니다. 이처럼 성대의 진동에 의해 형성된 소리가 파동(wave)의 형태로 우리의 청각기관으로 전달되는데요. 소리에 의한 파동, 즉 음파(sound wave)는 공기와 같은 탄성체를 통해 전달되며 이 음파의 주파수가 우리의 가청영역(20~20,000Hz)에 해당될 때 소리로 인지하는 것입니다.
¹기본주파수(Fo) : 하나의 복합주기 가운데 가장 낮은 주파수의 구성분으로 가장 낮은 배음을 가리키며, 사람의 목소리에는 성대의 진동주파수와 같은 주파수를 갖고 있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영역인 가청영역이 20~20,000Hz 이지만(20,000Hz 이상의 소리를 초음파라고 함) 실제 우리 말소리의 회화음역에서 필요한 주파수 영역은 125~8,000Hz 사이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청력이 손상된 경우 125~8,000Hz 사이 주파수 영역의 청력검사를 실시해보면 사람에 따라 다양한 주파수 영역에서의 청력 손실이 발생함을 알 수 있는데요. 125Hz 저주파 영역부터 8,000Hz 고주파 영역까지 비슷한 정도로 청력이 손실된 수평형(flat)부터 저주파 영역과 고주파 영역에 비해 중간 주파수 영역의 청력 손실이 큰 접시형(dish)까지 개인마다 다양한 청력손실의 형태를 나타냅니다. 똑같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의 증상이 있더라도 청력손실의 유형에 따라서 들리는 소리가 다를 수 밖에 없는데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고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고음급추형, ski slope)이 있을 때와 저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low frequency HL)이 있을 때 들리는 소리의 차이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볼까요?


먼저 청력도라고 불리는 오디오그램(audiogram)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오늘 포스팅 내용의 이해와도 관련있지만 기억해두시면 언젠가는 도움 되시길 바라며


청력도의 가로축은 검사음의 주파수를 나타내는데요. 왼쪽이 저주파수 영역,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주파수 영역임을 나타냅니다. 중간 중간에 그려진 청력도의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을 보시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동물 소리로 비교해보면 개가 짓는 저음역 소리는 왼쪽 편에, 새의 고음역 소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을 참고하세요.


청력도의 가로축이 주파수를 나타냈다면 세로축은 소리의 크기를 표시하는 데시벨(dB HL)² 인데요. 네 맞습니다. 아래로 내려올 수록 큰소리입니다. 즉, 저주파수 영역부터 고주파수 영역까지 각 주파수 영역마다 신호음의 강도를 조절하며 검사받는 분의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인 청력 역치(hearing threshold)를 표시한 것이 청력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²청력도에서 데시벨의 경우 단위가 dB HL(hearing level)로서 dB SPL(sound pressure level)처럼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며 정상 청력의 성인이 가장 작게 들을 수 있는 값을 0dB HL로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체계임.

그럼 실제로 청력이 정상(normal)일 때는 어떻게 들리는지와 비교하여 고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ski slope)이 있을 때, 저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low frequency HL)이 있을 때 말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한 번 들어볼까요? 저희 센터에서 전문가 인증을 거쳐 사용하고 있는 Counseling suite(Sivantos 제공) 프로그램에서 난청 시뮬레이터 부분 중 짧게 편집한 영상인데요. 풀버전 영상은 포스팅 하단을 참고해주세요.


들리는 대화 소리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참고로 전체 내용은 저녁에 뭘 먹을지 물어보는 할아버지와 다이어트 중인 손녀의 대화입니다. 정상 청력일 때 들리는 말소리와 비교했을 때 고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이 있을 때, 저주파수 영역에 청력손실이 있을 때 모두 소리 자체는 작게 들리셨을텐데요. 그러나 전자의 경우엔 말소리가 먹먹하고 울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말소리의 변별이 어려운 반면에 후자의 경우에는 소리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말소리의 변별이 전자에 비해 그렇게 어렵진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 대명의 유튜브 채널(HEARING OK)에 업로드했던 난청 시뮬레이터 영상을 보시고도 이같은 코멘트를 남긴 분이 계셨습니다. ‘저주파 영역 손실은 볼륨만 조금 작지 어음 변별은 거의 똑같이 되네요?’ 이 코멘트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확실히 고주파 영역에 손실이 있을 경우에 비하면 저주파 영역에 손실이 있을 경우는 말소리 변별이 그렇게 어렵진 않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럼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각 주파수 대역에 대한 음성에너지와 음성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이 각 주파수 대역에서 음성에너지의 분포와 어음이해 정도를 나타낸 것인데요. 1000Hz 이하의 주파수 대역에서는 음성에너지가 95% 를 차지하지만 음성이해도에 미치는 영향은 4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500~2,000Hz 의 주파수 대역에서는 38% 정도의 음성에너지를 포함하지만 음성이해도에 미치는 영향은 70% 나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또한 2000Hz 이상의 영역에서 살펴보면 2,000~4,000Hz 그리고 4,000~8,000Hz 주파수 대역의 음성에너지는 각각 1% 로 전체 음성에너지에 비하면 상당히 적지만, 음성이해도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13% 와 12% 로 음성에너지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저주파수 대역에서는 음성에너지는 높으나 음성이해도는 낮은 편이고, 고주파수 대역에서는 음성에너지는 낮으나 음성이해도는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고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이 있을 때에 비해 저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이 있을 때는 말소리 변별이 어렵진 않다고 느끼실 수 있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의 시력이 나빠졌을 때 단순히 ‘안 보인다’가 아니라 원시, 근시, 난시 등 여러 증상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청력이 손상될 경우에도 단순히 ‘안 들린다’가 아니라 개인마다 그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난청으로 인해 보청기를 착용하기 전에는 전문가를 통한 청력검사 및 전문상담이 필수인데요. 난청은 얼마나 안 들리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안 들리는지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과 함께 기억해두시길. <明>



고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ski slope HL) vs 저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low frequency HL) 고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ski slope HL) vs 저주파수 영역의 청력손실(low frequency HL) Reviewed by audiologist on 6월 09, 2018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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